전체도서

사회이동과 계급, 그 멜로드라마: 미국 인류학자가 만난 한국 여성들의 이야기

사회이동과 계급, 그 멜로드라마: 미국 인류학자가 만난 한국 여성들의 이야기

지은이: 낸시 에이블먼(Nancy Abelmann)

옮긴이: 강신표, 박찬희

분야: 사회·문화·민속·교육

발행일: 2014-03-15

ISBN: 978-89-337-0676-3 03330

페이지수: 472쪽

판형: 152×224

가격: 25,000원

한국은 지난 20세기에 해방과 남북분단, 한국전쟁, 남한의 고도 경제성장과 급격한 사회 변화, IMF 등 100여 년 동안 엄청난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변동을 겪어 왔다. 그 파고와 속도가 너무나 높고 빠른 나머지 우리는 그 속에서 살아남는 데 급급하였다. 하지만 모든 게 뒤섞이고 끓어 넘치는 듯한 변혁의 도가니 밑바닥에는, 숨겨지고 잊혀서 우리에게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한 사실과 이야기들이 가라앉아 있다. 그것들을 한 벽안(碧眼)의 인류학자가 건져 올려 우리 앞에 보여 주려 한다.


가족과 여성의 관점에서 분석한 한국의 사회이동
그 벽안의 인류학자는 낸시 에이블먼 일리노이대 교수이다. 에이블먼 교수는 몇 년 전 한 국내 일간지에 ‘한국학 한류를 이끄는 학자들’ 중 한 명으로 소개될 만큼 이름 있는 한국 관련 연구자이다. 한국의 농민운동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LA 폭동과 미국 내 한인에 대해 연구하던 중 한국의 사회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동안 한국의 사회학은 사회이동 연구에 상대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그나마 남성의 생산노동과 개인의 직업 이동을 중심으로 계급정체성과 사회사, 사회생활을 연구해 왔다. 저자는 이와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한국의 사회이동을 분석한다. 바로 사회이동에 대한 통세대적 접근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가족과 여성이 있다. 저자의 기본적 시각은 다음과 같다. 가족은 계급정체성이 전승되는 사회적 공간으로서, 계급정체성은 가족의 경험에서 발전해 나가거나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전개되었으며, 이런 경험들은 성인의 생활과 욕구 안에서 주관적으로 기억되고 재생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여성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한국의 사회이동을 분석하는 작업에 저자는 몇 가지 중요한 개념을 가져온다. 이야기, 계급(과 사회이동), 여성(젠더), 그리고 멜로드라마이다.

이 책에 나오는 여덟 명의 여성들은 자신과 가족에게 일어난 일들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곱씹으면서 재해석하고 자신과 가족의 정체성을 만들어 갔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어떤 사건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특정 사회이념적 체계를 바탕으로 한 개인의 해석이다. 사회이념적 체계와 개인의 해석은 때로는 일치하고 때로는 상충하면서 긴장과 애매함, 혼란을 빚어냈다. 계급정체성은 그 과정에서 전승되거나 만들어졌다. 그 과정에서 가부장적 유교문화와 남성 중심적 국가주의가 팽배했던 한국 사회에서 가족 내 계급을 구분하는 데 젠더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급변하는 한국 사회를 산 이 여성들이 이야기한 자신과 가족의 삶은 특정한 서사적 관행과 감성을 드러냈는데, 저자는 이것을 ‘멜로드라마’의 그것과 같다고 본다. 급격한 사회 변혁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우연한 사건과 극적 반전, 감정 과잉 등이 특징인 멜로드라마의 감성이 한국 사회에도 팽배했다는 것이다(멜로드라마라는 장르는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등장했다). 전 재산을 소매치기당하고 남편과도 헤어져 작은 어촌에서 행상을 하며 살아가는 여동생을 이야기할 때, 어릴 때 유복하게 자랐지만 청소년기에 친척집에서 식모살이하다시피 살았고, 땅 투기로 돈을 모아 부자가 되었지만 바람기 있는 남편과 아들 교육 때문에 진을 뺀 여성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때, 그 이야기는 멜로드라마적 서사가 되고 이들은 멜로드라마의 작가가 된다.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 세대의 생생한 시대적 기록
그러나 이 개념들을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 책을 읽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이 책에 나오는 여덟 명의 여성들은 우리의 어머니이자 할머니 세대이다. 이들은 우리가 주변에서 또는 텔레비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복부인, 극성 엄마, 청소부, 교수 부인, 영화를 좋아하는 아줌마, 세탁소 주인, 구멍가게 주인, 전업주부 등 전형적인 사회적 유형으로 불리어 왔지만, 이들은 급격한 사회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투쟁했고, 한국 사회와 자신의 활동에 대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는 주체적 존재였다. 지은이는 이들과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20여 년 동안 교유해 왔다. 단순히 조사 대상자로서 이들을 만난 것이 아니라 같이 밥 먹고 차 마시고 수다 떨고 심지어 한 집에 살면서 지은이는 학자이자 외부자로서, 무엇보다 같은 여성으로서 이들의 생각과 감성을 청취하고 공유하고 기록하였다. 한 외국인 인류학자의 시각을 통해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 세대의 생생한 이야기를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책의 내용
제1장에서는 이야기, 계급, 여성, 멜로드라마 등 이 책의 뼈대를 구성하는 주요 개념과 이론적 배경을 검토한다. 제2장에서는 이 책에 나오는 여성들을 소개한다. 이들을 어떻게 만났으며 이들의 계급 위치와 정체성은 어떠한지를 서술한다. 제3장에서는 이들의 이야기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주요 단어들을 검토하면서 그 안에 담긴 여성들의 생각을 분석해 본다. 제4장에서는 여성들의 자녀교육 방식과 생각을 들음으로써 사회적 재생산과 사회이동의 전략을 살펴본다. 또한 한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진 IMF 위기의 순간으로 떠나 본다. 제5장에서는 한국 현대사의 사회이동을 총괄적으로 살펴보고, ‘세탁소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이 가족의 사회이동을 어떻게 고찰하는가를 검토한다. 제6장에서는 매우 개인적인 것처럼 보이는 ‘성격’과 이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사실은 매우 사회적인 것이라는 문제를 논의한다. 제7장에서는 남성 주체성의 상실과 그로 인한 긴장을 1950~1960년대 한국영화 세 편을 중심으로 검토한다. 제8장에서는 가족과 친척들의 관계를 관리하고 이들을 묘사하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들이 사회의 작동원리와 정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유추해 본다. 제9장에서는 지은이와 가장 친밀했고 자아성찰적이었던 ‘미연이 엄마’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살펴봄으로써 한 여성의 생각에 심도 있게 접근한다. 마지막으로 제10장에서는 한국의 압축적 근대성을 이해하는 데 이 책이 기여한 바를 제시한다.
차례

한국어판에 부쳐
머리말
감사의 글


제1장 서론: 사회이동의 멜로드라마
이 책의 내용 | 1990년대: 사이에 끼인 시대 | 이야기의 힘 | 이야기 | 계급 | 여성 | 멜로드라마 | 다시 여성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너머로


제2장 여덟 명의 여성들
만남의 경로와 조사 과정의 뒷이야기 | 계급 지도


제3장 키워드
한 부류의 여성들 | 또 다른 부류의 여성들 | 젠더와 욕심


제4장 계급과 교육
교육 엄마와 마침내 대학 진학에 성공한 아들 | 청소부 아주머니와 대학에 가지 않은 아들들 | IMF 위기 이후 그리고 더 먼 미래를 위한 교육 도박


제5장 사회이동의 ‘사실’과 ‘허구’
통세대적으로 젠더화된 관점 | 한국 사회이동의 현대사 | 여성의 기여 인정하기: 사회이동의 재해석 | 1990년대의 세탁소 아주머니 | 2000년 여름의 세탁소 아주머니


제6장 성격이 말한다
자아와 성격 | 영화 아주머니


제7장 흔들리는 남성의 위치: 남성, 남성성, 그리고 국가
남성의 위상변화 | 사회변혁의 멜로드라마: 영화 속 ‘남성의 주체성’ | 국가와 젠더 | 미연이 엄마: 서사 속의 젠더


제8장 가족 안의 계급
혜민이 할머니: ‘우리 쪽’ 여자와 ‘그쪽’ 여자들 | 미연이 엄마: 부자 친척과 뒤바뀐 운명


제9장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남편과 그녀 자신 | 경제활동과 그녀 자신 | 교육과 그녀 자신 | 자녀교육과 그녀 자신 | 미연이 엄마: 조국, 그녀 자신


제10장 결론: 압축 성장 시대를 통과한 삶
압축적 근대성 | 이들은 누구를 대변하는가


글을 맺으며


해제 및 옮긴이의 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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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에이블먼Nancy Abelmann
하버드 대학교에서 동아시아 연구로 학사학위를,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사회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일리노이 대학교 어배너-섐페인 캠퍼스 인류학과 교수로 인류학, 아시아계 미국인 연구, 동아시아언어문화학, 젠더와 여성 연구 등을 가르치고 있다. Blue Dreams: Korean Americans and the Los Angeles Riots(공저, 1995), Echoes of the Past, Epics of Dissent: A South Korean Social Movement(1996), South Korean Golden Age Melodrama: Gender, Genre and National Cinema(공저, 2005), The Intimate University: Korean American Students and the Problems of Segregation(2009), No Alternative?: Experiments in South Korean Education(공저, 2012) 등 한국에 대한 책을 꾸준히 펴내고 있다.
강신표姜信杓
인제대학교 문화인류학 및 사회학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하와이 대학교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여자대학교, 서울교육대학교, 영남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한양대학교 교수 등을 역임하고, 한국문화인류학회장, 미국 시카고 대학교 풀브라이트 연구교수, 일본 교토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객원교수, 타이완 다예 대학 국제객좌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한국과 동아시아 전통문화를 중심으로 연구하였고, 편저서로 『The East Asian Culture and its Transformation in the West』,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과 한국학』(편저), 『한국사회학의 반성』, 『한국문화연구』(편저), 『The Olympics and Cultural Exchange』(공편), 『세계와 함께 나눈 한국문화: 산공 강신표 올림픽 문화학술운동』(천진기 총괄, 안정윤 조사·집필), 『우리 사회에 대한 성찰적 민족지: 대대문화문법과 한국의 문화 전통 연구』 등이 있다.

박찬희朴贊喜
30여 년간 다양한 영역을 개척해온 홍보전문가.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신라 호텔, 하얏트 호텔, 르네상스 호텔 홍보실을 거쳐 월마트 코리아 상무,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홍보사회공헌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 홍보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공역서로 『회귀』(홍가이 지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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